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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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생물의 멸종을 우려하고 적극적으로 보호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이야기 2014. 7. 28. 16:20
예를 들어 텔레비전에서 이 생물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면 왠지 '그래. 보호해야 해.'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왜 보호해야 하는 것일까? 왜 멸종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원래 자연계는 약육강식이 당연시 되는 세계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외치며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려 노력한다. 예전에 나는 그 답을 찾아서 생물 역사 연구가인 나카무라 게이코 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생물은 다양성을 지님으로써 '생물 자체의 존속'을 꾀한다고 한다. 각각의 종이 살아남고자 함은 물론이고 가혹한 환경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일부 종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양성을 확보한다. 평소에는 함께 살고 천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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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그 길을 묻다 - 세계 지성과의 대화](10) 세계화 대안 제시하는 원톄쥔 중국 런민대 교수이야기 2014. 7. 8. 15:57
‘문명, 그 길을 묻다’가 종반으로 달려간다. 그동안 서구 학자 9명과 대담했다. 서구 지성들과 이 시대의 문제, 그 속에서 자유롭지 않은 우리 한반도의 의제 등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 하나로 수렴되어 가는 지점을 살갗이 벗겨지듯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세계의 수많은 양심들이 외치는 “반세계화 저항”의 엄중함이다. 세계화의 물결이 얼마나 깊게 일부의 이익을 옹호하는지, 얼마나 은밀하게 다수의 희생을 만들어 왔는지 물밑의 거센 흐름이 다가왔다. 1990년대 우리 국민의 의식을 자극했던 공익광고가 하나 있다. 주부는 자기 경쟁 상대가 싱가포르 주부라고 했고, 노동자는 자신의 경쟁 상대가 일본 노동자임을 환하게 주장하였다. 그때는 시장의 규제를 풀어주는 작은 정부, 세계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는 메시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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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진보교육감 13석, 노무현 당선보다 더 큰 의미”(한겨레신문 6월 16일자)이야기 2014. 6. 18. 11:46
진보교육감 13명, 진보세력의 기회이자 위기다(중략)진보교육감들이 ‘진보교육’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기존의 악에 대한 혁신적 해체만을 진보교육으로 생각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요구하는 교육의 기강과 질서 감각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국민대중의 외면의 구렁텅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중략)세월호 안에서 무기력하게 스러져간 어린 생령들의 행동은 주어진 상황에서 누구라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최선의 방도였다는 것을 우리는 공감하고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그 학생들의 상당수가 애절하게 부모님들과 카톡을 했다. 그 덕분에 귀중한 자료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국가 시스템의 무능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러나 우리가 교육적 차원에서 안타깝게 반추해볼 수도 있는 또하나의 가설은 카톡이 아닌 생존의 방법의 모색을 위한 진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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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악마는 아닌 이유(김종엽, 한겨레신문, 2014.5.14., 35면)이야기 2014. 5. 15. 15:41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하는 선장과 선원의 모습을 보며 분노한다. 동시에 의문스러워한다. 그래서 ‘악마’라는 답을 떠올린다. 그들이 아예 다른 종류, 가령 악마라면 분노가 치밀긴 해도 이해가 어렵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심각한 상태를 예시할 뿐이라고 생각하면, 명치끝에 뭔가 걸린 듯이 답답해진다.“가만히 있으라.” 짐작건대 이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승객들 모두가 갑판으로 뛰쳐나오고 그러면 자신들이 구조될 확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지독하게 이기적이었다. 하지만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탈출할 때 그들은 아주 태연하다. 이들이 ‘악마’가 아니라면 이 태연함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경이 도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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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못 돌아간다(이명수, 한겨레신문, 2014. 5.13.일자 35면)이야기 2014. 5. 13. 19:34
내 자식이, 부모형제가 눈앞에서 죽었다. 처음엔 분명히 살아 있었다. 살릴 기회가 충분했다. 하지만 단 한명도 살리지 못했다. 그렇게 300여명이 학살당하듯 수장되는 현장을 수천만명이 느린 화면으로 지켜봤다. 희생자 대부분은 열일곱 꽃봉오리들이었다. 어떻게 잊나. 사고 한달여 만에야 검찰은 ‘해경이 즉각 진입했으면 다 살릴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걸 이제 아나.세월호 참사에서 사람들 무릎을 꺾은 치명적인 2차 트라우마는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응과 거기에 장단 맞춘 언론의 부도덕함이었다. 내가 눈앞에서 지켜봤고 확인한 사실을 그들은 아니라고 도리질했다. 내가 지각한 사실과 상반된 정보가 계속 입력되면 현재감각에 문제가 생긴다. 내가 이상한 건가, 혼란스럽다. ‘당신 눈을 믿으면 되나. 정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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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이야기 2014. 5. 9. 16:27
“화씨 451이 책이 불타는 온도라면 화씨 911은 진실이 불타는 온도다.” 마이클 무어는 이라는 제목이 SF작가 래이 브래드버리의 53년작 의 오마주라 했다. 은 조지 부시와 공화당 정부가 어떻게 미국인을 속여서 전쟁터로 몰고 나갔으며, 그 뒤에 숨어 있는 부시 일가와 오사마 빈 라덴 일가의 은밀한 관계가 무엇이었고, 이 모든 것을 미디어가 얼마나 감추고 있는지 폭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영화다. 과 은 지성과 진실의 역사를 감추는, 폭력적인 권위에 대항하는 한 용감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마이클 무어, 최고다. 참고로 유투브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 청소년이 볼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후반부 전쟁묘사 장면에 어른이 보기에도 끔찍한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사람들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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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조기를 걸었다, 차마 말 못할 심정으로![한겨레신문 2014.4.29. 일자 29명)이야기 2014. 5. 1. 18:40
이 글은 한겨레신문 2014년 4월 29일자 29면에 실린 김규종씨의 글입니다. 애끓는 마음!폴 해기스 감독의 영화 (2007)에서 우리는 애국심 투철한 퇴역헌병 행크(토미 리 존스)가 성조기를 거꾸로 매다는 장면을 본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워 이겼다는 전설의 골짜기 엘라의 계곡. 영화에서 엘라의 계곡은 이라크로 상징되며,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행크의 둘째 아들 마이크는 무차별적인 인명살상에도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 되고 만다.‘팍스 아메리카나’의 첨병으로 국가주의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마이크. 그런 아들을 추모하며 누더기가 된 성조기를 거꾸로 매다는 행크. 국기를 거꾸로 매다는 행위는 둘 중 하나다. 국기의 형상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해서거나, 혹은 국가적 조난사태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행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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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수없는 사나이이야기 2013. 10. 31. 13:24
악바르의 궁전에 굴샨이라는 시종이 있었습니다.악바르는 바부르의 손자로서 무국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황제이다. 그는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과 함께 인도가 배출한 최고의 지도자로 꼽힌다.궁전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재수없는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그가 주방에 나타나면 멀쩡한 계란이 썩고, 빵이 새카맣게 타 버렸거든요. 악바르는 굴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단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굴샨에게 자신의 시중을 들도록 시켰습니다. 깨끗이 단장한 굴샨은 황제의 아침상을 방에 들여놓고 물러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악바르가 식사하려고 하자 빵 속에 머리카락 한 올이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이렇게 생각하며 막 식사를 끝냈을 때, 경호대장이 달려와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