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좋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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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자갈, 모래(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꿈의지도, 2019)이야기/좋은 이야기 2023. 7. 19. 23:34
어느 금요일, 미팅 시간보다 약간 일찍 S교수님 방에 갔다. 난데없이 방 안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무슨..." 놀라서 방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분명 교수님의 방이 맞았다. 잠깐이긴 했지만 나 역시 중학생 때 밴드에서 드럼을 쳤던 영혼인지라(성적이 수직 낙하하는 바람에 결국 드럼 금지령이 떨어졌다. 그 후로 영영 밴드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귀가 솔깃했다. 미팅이 끝나고 슬쩍 여쭤봤더니 오후에 팟캐스트 녹음이 있다고 하셨다. 교수님 두 분이 일주일에 한 번 팟캐스트를 녹음하셔서 발행하신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퇴근하는길에 다운로드받아 들어보니, , , 등 본인들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이야기를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팟캐스트다. 오프닝은 매주 S교수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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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더 많이 생산하고 축적하라(한겨레 2월 5일 25명 싱크탱크 광장)이야기/좋은 이야기 2016. 2. 6. 09:36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샤오미 뒤에 엄청난 숫자와 양으로 존재하는, 막대하게 축적된 실패들이 우리에겐 무서운 것이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 삼성 갤럭시 뒤에 실패를 과연 누가 하고 있는가?" 요즘 장안의 화재를 모으고 있는 책 공동 저자인 이정동 서울대 교수(산업공학)가 지난 1월 27일 와 만난 자리에서 던진 질문이다. 샤오미 뒤편에는 '치후 360'등 100개 넘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혁신적 실패작'들이 있다. "시장에서 실패라는 건 외부 경제효과를 가진 바람직한 양(+)의 공공재이다. 개인들에게 성패의 책임을 맡기면 누구나 실패를 줄이려고 한다. 즉,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균형 수준보다 실패가 과소공급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실패 위험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야 실패가 더 많이 공급되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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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이야기/좋은 이야기 2016. 1. 25. 12:52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측정하는 지표, 보통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을 환산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15년 생산성 지표 개요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GDP는 31.86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OECD 33개국 중 28위다.1위는 룩셈부르크(93.2달러)로, 우리나라 근로자는 룩셈부르크 근로자 생산성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2위는 노르웨이(85.38달러), 3위 미국 근로자도 우리보다 2배나 높은 66.00달러다. OECD평균은 47.99달러로, 우리나라는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우리보다 생산성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 칠레, 폴란드, 헝가리 정도다.우리나라 근로자는 시간당 생산성이 낮으면서 근로시간은 길다. 근로시간은 연간 2만 57시간으로, O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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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은 충분히 주되 간섭은 전혀 하지 말라이야기/좋은 이야기 2015. 9. 25. 15:24
인생에 닥친 과제 앞에 선 아이가 위축되거나 두려움에 떨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받지 않게끔 아이를 지지하고 강화하는 데 부모가 사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몇 년째 게임만 하는데 그걸 보면서도 견디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도 견뎌야 한다. 아이도 고민하니까....부모가 견딘다는 건, 비유컨데 100만 평쯤 되는 넓은 목장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일인 것 같다. 평소에는 목장이 너무 커서 동물들이 울타리가 잇는 줄도 모르고 지낼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다 벼랑 끝에 다가설 상황이 됐을 때 '어, 여기 울타리가 있었네?"하고 아이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지나고 보면, 참고 견딜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잘했구나 싶다. 겨론 삼아 말하자면, 부모 자식간의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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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이야기 4이야기/좋은 이야기 2015. 2. 8. 15:50
원효는 마당도 쓸고 장작도 패고 방에 군불도 때고 밥도 짓고 밭일도 하며 부지런히 보살행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루를 닦는데 학승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의 공부를 하는 스님들이 둘러앉아서 대승기신론을 두고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대승기신론은 경론 중 가장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학승들의 토론이 이렇다저렇다 하며 한참 갑론을박이 오가는데 원효가 마루를 닦으면서 듣자하니 완전히 엉뚱한 소리들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그만 끼어들어서 "스님, 그건 그런 뜻이 아니고 이런 뜻입니다." 하고 참견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자 마루 닦던 노비가 스님들 공부하는 데 난데없이 끼어들어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스님들이 화를 냈어요. 그 화내는 모습을 보고서야 원효도 자기가 잘못 나섰다는 사실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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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깨어 있기이야기/좋은 이야기 2015. 1. 28. 19:54
이제부터 연습해보세요. 오늘부터 남편이 하는 말, 아내가 하는 말, 자식이 하는 말, 부모가 하는 말을 듣다가 '다른 것은 몰라도 저것은 진짜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 한번 "예" 해 보세요. 그러면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망할 것 같지만 한번 해 보면 아무 일도 없고 도리어 눈이 트입니다. 이것이 백척간두百尺竿頭 진일보進一步입니다. 한 발 나가면 나가떨어져 죽을 것 같아 이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 도저히 여기까지밖에 안 되겠다 할 때 발을 딱 내디뎌버려야 합니다. 돌이킴, 이것이 중요합니다. 연습 삼아 한번 해 보세요. '까짓 것, 죽을 때 죽더라도 한번 해보자.' 이렇게 덤벼보세요. 할까 말까, 할 만하겠다, 이런 것은 하나마나입니다.- 지금 여기 깨어있기, 법륜, 정토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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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팔기에는 부끄러운 좀 먹은 과일, 함석헌이야기/좋은 이야기 2015. 1. 21. 11:54
시골장 가보면 우습더라. 버러지 먹다 남은 쪼그라진 과일을 한옆이 썩어지기까지 한 것을 그것도 물건이라고 파고 앉았는 할아버지가 있더라. 아무도 거들떠볼 것 같지도 않아도 그것도 사가는 사람이 있더라. ...3대 독자가 병난 지 일곱 달에 밈도 못 먹어 평생에 구경도 못한 과일 한번 먹어나 보고 죽으라고 피천 한 푼 들고 나온 할머니가 온종일 아래 위 장 판을 스무 번 오르내리다가 해가 질 무렵 그것 한 알 사가지고 갔다. 아마 그것 먹고 병이 나을 거다. 낫지 못해도 빙긋이 웃고 마지막 숨을 넘길 것이다. 그 사람에겐 남대문 세종로의 과일은 바라볼 길도 없고 그 병쟁이 썩은 과일만이 만날 수 있는 하늘에서 준 약이다.세상에 그런 시가 있느냐? 서울 장안의 일등 과일, 상품으로는 일등이겠지만 그 시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