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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팔기에는 부끄러운 좀 먹은 과일, 함석헌
    이야기/좋은 이야기 2015. 1. 21. 11:54

    시골장 가보면 우습더라. 버러지 먹다 남은 쪼그라진 과일을 한옆이 썩어지기까지 한 것을 그것도 물건이라고 파고 앉았는 할아버지가 있더라. 아무도 거들떠볼 것 같지도 않아도 그것도 사가는 사람이 있더라. ...3대 독자가 병난 지 일곱 달에 밈도 못 먹어 평생에 구경도 못한 과일 한번 먹어나 보고 죽으라고 피천 한 푼 들고 나온 할머니가 온종일 아래 위 장 판을 스무 번 오르내리다가 해가 질 무렵 그것 한 알 사가지고 갔다. 아마 그것 먹고 병이 나을 거다. 낫지 못해도 빙긋이 웃고 마지막 숨을 넘길 것이다. 그 사람에겐 남대문 세종로의 과일은 바라볼 길도 없고 그 병쟁이 썩은 과일만이 만날 수 있는 하늘에서 준 약이다.

    세상에 그런 시가 있느냐? 서울 장안의 일등 과일, 상품으로는 일등이겠지만 그 시는 모를 거다.

    나도 내팔기에는 부끄러운 좀먹은 과일을 안고 시골 장터로 가 할머니가 오기를 기다려 보련다. 저무는 길거리에 티글을 쓰고 앉아서.(1961. 11. 10)

    - 함석헌, <두번째 내놓는 말>,<<수평선 너머>>, 일우사, 1961, 10~11쪽,(녹색평론 140호, 함석헌의 시 -동정과 치유(3)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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