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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움학교이야기/수업방법_수업기술 2021. 2. 2. 15:54
니시카와 준 저, 백경석 역, 살림터, 2016
한국어판 머리말
저의 책을 한국독자들이 읽을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배웠습니다. 머릿속에는 방대한 교재와 지도법, 그것을 뒷받침하는 심리학을 담고, 의기양양하게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단에 선지 1주일 만에 대학, 대학원에서 배운 게 모두 헛것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학, 대학원에서 배운 것은 배우려고 하는 어린들에게는 유효합니다. 그러나 제가 부임한 고등학교는 학력이 가장 낮은 삼류 학교였습니다. 그곳에서 학교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 표정 관리, 화술을 배웠습니다. 그러자 이전까지는 야수처럼 보였던 학생들이 실제로는 부끄러움 많고 외로움을 잘 타는 귀여운 학생임을 알았습니다.
수업을 (의도대로) 진행할 수 있었고 학생들도 저를 잘 따라 주었습니다.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학생들 전원을 알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 모두가 수업 내용을 이해한 것처럼 생각하도록 지도를 했습니다. 이것은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모르는 학생은 '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교사가 "잘했어", "이해했네"라고 칭찬하면 학생들은 자신이 안다고 오해해 주었습니다.
또, 학생들의 가정 사정은 심각했습니다. .....
(중략)
함께 배움은 "한 명도 포기하는 않는 것"을 핵심으로 한 사고방식입니다. 이 사고방식만 준수한다면, 개개인이 안고 있는 과제(학습 면뿐만 아니라 가정 사정도 포함)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친구가 생깁니다. 이런 친구만 있으면 학력 향상은 가능합니다. 나아가 학교 졸업 후, 삼십 년, 사십 년, 오십 년의 삶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일본의 고교,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5할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채용됩니다. 정규직의 3분의 1, 4분의 1의 수입으로 한평생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돌입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뛰어난 정치가가 나타나 탁월한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풍요롭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줄 수 있겠습니까? 저는 "동료"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료를 조직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학교뿐입니다. 날마다의 교과 학습에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함으로써 모든 어린이들에게
동료"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저는 한국 선생님들에게도 저의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최고 권력자가 아닙니다. 우리 교사들입니다.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동료를 쉽게 버리면 자기 자신도 버려지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서 어린이들이 납득한다면 나라는 바뀝니다.
함께 합시다!
2016년 5월
조에츠 교육대학교 교직대학원 교수
니시카와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