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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과목 좋아하는 학생에겐특정과목 수업 더 들을 권한을”.이야기 2009. 10. 21. 14:53» 서길원 보평초 공모제 교장 제안
(한겨레신문 10월 19일자 기사입니다.)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던 2006년에 낸 책이다. 또 ‘실세’로 일컬어지는 이주호 차관이 이끄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해하는 데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라는 제목은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획일적인 교육의 원인을 평준화 체제에서 찾고 다양하고 특성화한 교육을 위해 경쟁과 자율의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입 자율화 3단계,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학교 자율화 계획 등이 시행되는 배경이다. 미래형 교육과정도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나 경기 보평초의 공모제 교장인 서길원 교장은 이런 정부의 교육정책이 우리 교육의 획일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 교장은 이주호 차관이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에서 자율적인 학교 운영의 사례로 든 남한산초등학교의 교사를 지냈다.
서 교장은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게 결국 통합적 사고력, 창의력, 예술적 감수성 등 미래의 핵심 역량을 기르는 게 목적인데 학교장이 일괄적으로 수업 시수를 조정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이런 역량을 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학생들이 자기 흥미와 적성에 맞춰 능력을 개발하려면 수업 시수 증감의 권한을 학교장이 아니라 학생한테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이 좋은 학생은 미술 수업을 20%, 국어가 좋은 학생은 국어 수업을 20% 늘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성 교육을 강화한다며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미술 수업을 늘리는 것 역시 획일화죠.” 그는 미래형 교육과정이나 학교 자율화 계획을 반대하는 전교조나 교원단체들도 이런 정책이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만큼은 옳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단 그걸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해야죠.”
또 서 교장은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모순을 지적했다. “고교를 아무리 다양하게 만들어도 학생들은 결국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합니다. 결국 학교는 대학의 진학 결과에 따라 서열화할 수밖에 없어요. 평준화의 잣대가 수평적이라면 이 정부의 잣대는 수직적입니다. 획일적인 교육을 벗어나는 진짜 다양화는 학교를 평가하는 잣대를 다양화하는 일인데 이런 식이면 달라지는 게 없을 겁니다.”
외고, 과고, 예술고 등 특성화한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만들어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정책 역시 사교육만 늘릴 뿐 진짜 특성화는 아니라는 게 서 교장의 생각이다. 그는 “예술고 몇 곳, 국악고 몇 곳, 과학고 몇 곳 이렇게 만들어 봐야 특별 과외를 받지 않으면 진학할 수 없다”며 “결국 이런 특성화 학교는 학생이 자기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없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계층에 의해 진학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경쟁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등의 폐해를 줄이는 서 교장의 대안은 ‘평준화 속의 다양화’다.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게 이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인데 선택의 기회가 계층이나 지역에 따라 불공평하면 안 됩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길은 학교가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특성화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진학하는 ‘평준화 속의 다양화’입니다.”
- 진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