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정성이라는 말....
    학교이야기 2008. 2. 15. 23:44
    1.
    오늘 내가 가르치는 세명의 학생들이 졸업했다. 세명밖에 안되는 아이들이 대여섯개의 상을 받고, 이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하여 관련 기관단체장이 열분이 넘게 모였다. 졸업식은 아마 초등학교의 여러 행사 가운데 가장 변함이 없는 모습일 것이다. 국민의례, 졸업장 수여, 대내외상장 수상, 학교장 축사, 운영위원장 축사, 내빈축사,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졸업식 노래, 교가, 폐회 ..... 졸업식 행사를 마치고 잠깐 교실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마지막 수업을 했다. 수업이라기 보다는 그냥 내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을 잠깐 한 것인데, 나는 아이들에게 정성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정성.....어떤 일을 위하여, 혹은 누구를 위하여 조심스럽게 애를 쓰는 모습...을 기울일 일이 있기를 바란다. 초등학교 6년과정을 압축하는 말이 아마도 정성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바로 이 정성이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건, 어떤 일을 하건 정성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2.
    공교롭게도 오늘은 관내인사가 터진 날이다. 분교점수가 있는 학교라 점수가 필요한 분들이 꽤 온 것 같다. 이젠 교단도 없고 교편도 없으니 그저 교직경력 9년차에 불과한 시골선생이지만 고작 승진점수라는 게 내 선택과 행위의 지침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한 인간의 행위의 동기가 무슨 점수를 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서글프잖아요.....

    3.
    이번에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이 명예퇴직을 하신다. 정년이 한 6~7년 남은 걸로 아는데 퇴직을 신청하셨다. 삼십몇년간을 교직에만 계시다보니 다른 세계가 궁금하시단다. 남들은 어떻게든 더 좀 해볼라고 열심인데 이분은 거꾸로 길을 가신다. 우리학교에 오신지는 채 일년이 되지 않지만 많이 배우게 된다. 학교일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좀 너무 정성을 기울이시는 게 아닌가 우려가 될 정도다.
    교장이 되는 부류를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떻게든 교장이 돼볼랴고 아둥바둥하다 교장이 된 부류가 있고 순서와 경력에 맞게 일을 하다보니 교장에 이르는 부류가 있다. 내가 그동안 만나본 교장을 모두 열로 잡으면 대략 내 경험상 전자 대 후자의 비율은 8:2 정도 되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를 특징짓는 8:2라는 비율이 여기서 생긴 건 아닐까....그런 생각을 해본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