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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팔렌 체제 말기와 글로벌 자본주의
    생각/역사이야기 2015. 7. 27. 16:13

    국민국가라는 것은 국경이 있고 관료제도와 상비군이 있고 국적과 귀속의식을 가진 국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이 국민국가가 기본적인 정치단위로 등록된 것은 대략 4백년 전입니다. 정치사적으로 1648년에 성립된 베스트팔렌 조약이라는 탄생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 이전, 즉 신성로마제국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대에는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의미에서 국민국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영주와 카스테리아(스페인의 역사적 지역명) 여왕 사이에서 태어나 스페인 왕이 된 신성로마제국 칼 5세는 플랑드르에서 출생해 파리에서 살면서 프랑스어를 썼습니다. 그런 초영역적 권력이 유럽을 지배하던 시대가 17세기에 끝나고 대등한 주권을 가진 국가들이 자국의 국익을 위해 전쟁을 포함한 복잡한 외교관계를 맺게 되었지요. 이 국민국가를 기본 단위로 하는 국제질서를 베스트팔렌 체제라고 부릅니다. 이 체제가 대략 4백년 정도 계속되었지요. 이 체제도 탄생일이 있는 이상 유효기간도 있기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는 베스트팔렌 체제 말기에 들어서고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국민국가라는 정치단위에 재기불능의 타격을 가한 것은 다름 아닌 글로벌 자본주의입니다. 글로벌 자본주의에 기초해서 기업 활동을 벌이는 사업체를 흔히 글로벌 기업이라고 부르죠. 이런 글로벌 기업은 더 이상 특정 국민국가에 귀속되지 않습니다. 경영자도 주주도 같은 나라의 국민이 아닙니다. 언어도 종교도 생활습관도 다릅니다. 그들에게 공통된 것은 기업의 수익을 늘리고 주가를 올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다 팔아서 자기 이익을 확보하는 것, 그 뿐입니다.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는 가난한 친족을 안고 있는 국민경제 내부적 기업과 그러한 부양가족을 갖지 않는 글로벌 기업은 국제경쟁력이 다릅니다. 그래서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글로벌화, 곧 탈국민국가화할 수밖에 없지요.

     글로벌 기업은 그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의 정부에 요구합니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노동자 임금을 낮추고 공해 규제를 완화하고,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사회적 인프라를 위해 국비를 지출하도록 말이지요. 그리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겠다며 협박합니다. 그리 되면 고용이 줄고 소비가 얼어붙고 지역경제가 붕괴하고 법인세수가 격감해 국민국가를 꾸려 나갈 수가 없습니다. 어쩔수 없이 정부는 그 요구에 굴복합니다.

    그 결과 국민국가에 대한 귀속의식이 없는 기업일수록 국민국가로부터 많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는 도착된 법칙이 성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그 도착된 법칙은 세계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부를 사유재산으로 바꾸는 데 열심인 사람, 공공의 복리보다 사적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을 해당 국가가 전력을 다해 지원합니다. 그것이 지금 미국과 중국, 일본, 아마도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실상일 것입니다.

    이대로 이 글로벌 법칙이 확산되면 어떻게 될까요?

    - 하류지향, 우치다 다츠루, 민들레,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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