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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돈은 벌어서 뭐하지?생각 2007. 9. 28. 15:07
이건 서울지역 거주 연평균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람들에게는 하면 안되는 질문이다.(얼마전 '안그래 신문'에 이게 서울지역 평균소득이라고 나왔다.) 서울에 살진 않지만 나도 여기에 속한다. 그래도 쪼매 살기가 괜찮다. 참고로 내가 살고 있는 30평 빌라 전세금은 3500만원이다. 최근 이랜드 사태를 보면서 다시 돈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도대체 돈은 벌어서 뭐하지?"
이 질문 앞에는 "도대체 기업 왜 하나요?" 라는 질문이 하나 숨어있다.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 라고 예전에는 꽤 대답들을 한 것 같고 최근 분위기는 "돈 벌라고요." 가 압도적일 것 같다.
돈을 많이 벌면 좋기는 좋을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 되어서리 말이다. 게다가 돈 많이 벌면 사람들이 인정해 준다. 와, 그래? 대단하네. 능력좋네.... 요즘엔 돈 많은 사람이 머리도 좋고 인물도 훤하고 건강하기도 하고 인간성도 좋다는 .....나는 머리, 인물, 건강까지의 상관관계는 그럴 수도 있다고 봐줄 수도 있지만 인간성은 도리도리...다.
내가 갖고있는 건강한 편견 가운데 하나가 "돈 많은 사람 재수없다."다. 내 편견 속의 돈 많은 사람들은 거의 신문이나 언론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내 가까운 주변에 부자는 없다. 입장이라는 말이 있다. 남자가 여자 입장을 헤아리기가 어렵듯이 부자가 가난한 사람 입장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니,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지 그러니." 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의 어려운 사정을 배려할 줄 모르고 제 자랑만 일삼는 사람, 재수없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내 머리 속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딱 세가지밖에 안 떠오른다.
1. 뭘 많이 살 수 있다. 또는 할 수 있다. 2. 인정받을 수 있다. 3. 좋은 일 할 수 있다.
1. 뭘 사거나 하는 거 좋기는 하지만 그걸 무한으로 할 수는 없다. 돈과 관련해서 말하면 돈을 어느 정도 갖게 되면 그 이상은 쓸데없다는 말이 될 것이다. 엄청 비싼 차을 산다 하더라도 두어 개 사고 나면 더 사봐야 집을 자동차 창고 만드는 꼴이 될테니 머리좋은 사람들이 그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옷도 마찬가지고 보석도 열 손가락에나 끼지 열 발가락에까지 끼는 부자는 없지 않나? 해외관광하는 것도 좋고 가족들과 맛있는 외식을 하는 것도 좋고, 시원한 산 속 공기 마시면서 골프치는 것도 좋지만, 그걸 매일하는 사람은 좀 이상한 사람이라고 본다.
2. 인정받을 수 있다. 생각나는 일이 있다. 어머니가 "내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절치부심하시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는데, 돈이 없다고 무시당하신 것 같았는데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때의 일이다. 우리집은 집 하나 달랑 있다는 것 말고는 정말 가난했다. 그 덕분에 난 돈 없어서 쪼들리는 게 두렵지가 않다. 게다가 자기 소유의 집 한채, 땅 한떼기 없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이웃을 잘 알고 지낸다.
어쨌건 돈을 많이 벌면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다. 계속 더 잘 벌면 더 인정을 해줄까? 그럴 것 같다. 그렇기는 해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길이 돈 많이 버는 길 하나 뿐이냐면 그건 아니잖아.
3. 좋은 일 할 수 있다. 이게 정말 좋은 일 맞다. 돈 많이 벌어서 제 식구 굶기지 않고 하고싶은 취미 한 둘 즐길 수 있고 주변에서 돈 없다고 무시당할 일 없으면 그 돈으로 좋은 일 하는 게 돈을 위해서도 좋고 돈을 가진 사람을 위해서도 좋고 돈을 못 가진 사람을 위해서도 좋다. 다시 말하면 인류복지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 인류를 위해서 좋은 일 하신 분은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소크라테스님 정도 되지만, 그 분들도 좋은 데 돈 쓰는 사람에게 한 자리 양보하는 데는 흔쾌히 동의하실 거다.
십일조로 몇백원도 아니고 몇백억을 낸다는 예수님 좋아하는 회사사장이라는 분이 어째서 무엇 때문에 단돈 80만원 받고 땀 흘리며 일 하시는 분들을 다른 이유도 아니고 정규직 안 해줄라고 짜른단 말인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은 인격분열과 같은 정신병 정도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