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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급당 인원수와 민주주의
    학교이야기 2007. 9. 28. 15:03
    내가 가장 많은 아이들을 맡은 게 24명이었다. 그게 7년전의 일인데 그 당시 군단위의 면소재학교는 대충 그정도 선이었다. 그 때를 고비로 급전직하. 현재는 평균 5명에서 10명선으로 떨어져 있다. 물론 같은 읍단위의 학교는 학급당 3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읍으로 유출되는 인구때문에 증가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보통교육의 기본목표 가운데 하나가 민주주의 교육이다. 민주주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왕정이나 과두체제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대놓고 하는 넘들은 없고, 많은 민중들은 당연히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안다. 민주주의 교육의 핵심은 무엇일까? 가치에 대한 다원적인 인정,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장치, 투표등을 통한 다수결 제도.....정도가 예전에 민주주의론을 배우면서 기억나는 것들이다. 국민 대부분이 우리나라 공교육으로서 보통교육이 담당하는 주요한 가치로 민주주의를 꼽는데 별 이견이 없는 줄 안다.

     그런데 미성년에 대한 교육이란 것과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아무 문제없이 그냥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성년에 대한 교육이란 때때로 일방적인 개입 또는 강제를 불가피하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주의란 서로가 말로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거지 권위나 폭력과 같은 일방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데, 교육을 하자니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보통 이 경우는 두 가지로 정리가 된다.
     첫째, 행위자가 자기 행위의 결과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
     둘째, 행위자가 둘 이상이고 한쪽의 행위가 다른 쪽에 피해를 주는 경우.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추가된다. 니들 잘 되라고........

     위에 예로 든 첫째와 둘째 경우는 보다 상위의 민주주의 원리 자체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 즉 개인의 자유의 원리에는 상충되지만 개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칸트식으로 요청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세번째 경우인데, 교육이 갖는 내재적인 고민거리이다. 가만 내버려둬서는 안될 것 같고 그렇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고역이기는 하다. 학교사회에서는 잘 드는 비유가 있다. 소를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는 법이다. 소를 물가로 끌고 가서 "야, 이 물 맛있다. 이 물 먹어야 목이 안 탄단다....." 하는 게 교사가 하는 일이고 그걸 잘 해서 물 많이 먹도록 하는 교사가 좋은 교사인 셈이다. 보통 우리가 아이들 가르치느라 힘든다고 할 때가 이럴 때다. "먹어라, 먹어야 산다" 목에 핏대를 높여도 소가 안 먹는다면???
     이 경우는 아이들이 자기 행위의 결과로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도 아니고 물론 장기적으로 봐서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우리 사회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우하는가를 보라. 또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 대놓고 떠들거나 돌아다니거나 하지 않는 이상 다른 쪽에 딱히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이 경우에도 분위기를 망친다든가 다른 애들을 꿈의 세계로 유혹하는 미필적 공부방해죄같은 걸 갖다 대기는 한다만...
       
     만약 물을 먹여야 할 소가 한마리 뿐이고 나도 별로 바쁘지 않다고 한다면? 아마도 보기좋은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소가 한 삼사십마리가 되고 거기다 이쪽 물도 좀 먹여야 되고 저쪽 물도 좀 먹여야 된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경험적으로 볼 때 소 한 스무명 정도까지는 어떻게 잘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상을 넘어가면 아무래도 군대식이 되기가 쉬운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교사나 학생들이 받는 각종 스트레스 같은 것까지 고려하면 고운 말로 참아가며 "야, 이 물도 좀 먹어야 돼, 내가 먹는 거 잘 봐. 와, 정말 맛있다. 저기 저 물은 소화에 도움을 준단다. 넌 왜 어디가 안 좋아?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거든....." 하는 소리를 듣기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의 정식명칭은 대한민주주의공화국이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둥학교의 학급당 법정 정원은 34명인 것으로 안다. 경우에 따라서는 37명까지도 될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앞날을 위하여 제발 학급당 법정 정원을 20명선 이하로 낮춰야 한다. 잘 나가는 오이시디국가들의 학급당 정원한도가 역시 그렇다. 민주주의가 뭔지 좀 아는 나라들이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원)가 발표한 '2007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교가 29.1명이고 중등학교가 17.9명라고 하고 OECD평균은 초등16.9명, 중등 13.3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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