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선선해서 자전거 타는 맛이 좋다. 집에서 학교까지 20분정도 걸리는데 도착할 즈음에 몸에 적당히 땀이 밴다. 처음 5분정도 차가 많이 다니는 중심가를 벗어나면, 5분에 한두대꼴로 다니는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를 따라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가끔 골재를 실은 대형트럭을 만나게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전거로 다니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 늦가을부터 겨울, 초봄까지 출근길에는 서에서 동으로, 퇴근길에는 동에서 서로 맞바람을 안고 가야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 때는 그냥 차로 출퇴근한다. 맞바람을 안고 자전거를 타는 일은 아마 가장 힘들고 맥빠지는 자전거 타기일 것이다. 헥헥거리다 뒤돌아보면 '헉헉, 아직도...." 이 된다. 이런 조건에서 한 달만 타면 허벅지 굵기가 2~3인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자전거는 인류가 발명해낸 발명품 가운데서 가장 생태적이고 평화적인, 오락기구이자 건강보조기구이자 이동수단일 것이다.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갤로퍼 96년식인데 뭘 몰라서 중고로 샀다. 이놈이 그렇게 공해물질을 많이 내뱉는 놈이란 걸 근래에 알게 되었다. 돈이 여유가 있으면 고이 보내드리고 싶다.
촌에도 트럭한대, 자가용 한대 가진 집들이 많다. 촌이라 주차장 문제가 특별히 생기지는 않지만 마을 중심지에 주차장을 두고 면이나 군예산으로 공용자전거를 여러 대 두고 거기서 집까지 이용하도록 하면 여러 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제 송파구에서 양심자전거를 뿌린 일이 기사가 나온 적이 있어 든 생각이다. 자전거 뿌리기, 관공서에서 해야할 이유 충분하고, 충분히 할만한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름 적게 써서 돈 남기고, 환경오염 줄이고, 밥맛 좋아지고 건강해지고.......돈 적게 들이고 이만큼 성과를 얻는 다른 방법이 또 있을까?
실제로 한다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나 문제점 같은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
1. 택시기사들 밥벌이에 위협이 된다? 어차피 면지역에서는 외지인이나 음주나 응급 같은 경우 아니면 택시타고 다니는 일 별로 없다.
2. 공용이니 마구잡이로 사용하다보면 고장이 나 버리게 되지 않을까? 고장나면 고치고 못 고칠 정도 되면 고철로 활용하면 되겠다. 또 자전거는 어지간한 중상 아니면 거의 고쳐 쓸 수 있다. 면에도 문닫은 자전거포 많은데 일자리 창출 된다.
3. 주인 없는 자전거라고 집에서 키우는 사태가 생기면 어쩌나? 집에서 키우더라도 타고다니긴 할테니까 연도별로 꾸준히 뿌려서 1인 1자전거 시대를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을까? 자전거 한대에 10만원 잡고 리에 10대씩 뿌리면 한면에 100대, 1000만원 정도. 군 단위로 보면 7-8개 면 잡고 1억정도면 해볼 수 있겠다. 한 5년하면 오천대, 인구대비 20~30% 정도 되면 타고다닐 사람들은 다 타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재잘거리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는 낙이 절로 들게 만든다. 예전에는 중절모 쓰고 옷자락 휘날리면 차렷자세로 자전거 타고 다니시는 어르신들도 많이 계셨는데.....
자전거.....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이로운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