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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별 학습지도, 소집단 지도는 유효한가 1(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가운데서)학교이야기/수업방법_수업기술 2013. 7. 23. 15:25
효과가 의심스러운 수준별 학습지도
문부과학성은 학력저하를 막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수준별 학습지도와 소집단 지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준별 학습지도와 소집단 지도는 과연 학력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수준별 학습지도는 일반적으로 능력이나 도달도에 따라 지도를 한다는 점에서 유효하다고 한다. 수평적 획일주의를 고집해온 문부과학성이 영단을 내려 수준별 학습지도를 도입했다고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준별 학습지도는 결코 참신한 방법이 아니다. 수준별 학습지도는 학원에서는 오히려 당연하여 이를 도입하지 않은 학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왜 학원에서는 수준별 학습지도를 기본으로 하고 학교에서는 수준별 학습지도를 도입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1960~1970년대 영국의 능력별 편성의 폐지에서처럼 수준별 학습지도는 공립학교가 입각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차별 교육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교실이나 집단 안에서 각 학생이 진도나 능력에 때라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과 학습이해도나 능력에 따라 집단이나 반을 나누어 아이들을 조직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다르다.
수준별 학습지도를 도입하려는 사람들은 이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정도로 민주주의 감각이 희박하다는 말이다. 공립학교는 교과를 배우는 곳일 뿐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나 개성을 배우는 곳이며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장소이다.
두번째로 수준별 학습지도를 도입해도 교사의 수가 늘지 않으면 조직이 복잡하게 될 뿐이며 오히려 지도에 곤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용이하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다섯 학급의 아이들을 산수와 이과에 한해 다섯 집단으로 학습 이해도를 나누어 지도한다고 치자. 학습 이해도 하위집단을 담당하는 교사는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제까지는 자세하게 가르쳐야 할 학생이 겨우 몇 명 있었을 뿐인데 이번에는 교실 전체가 자세하게 가르쳐야 할 학생들 뿐이다. 가르칠 내용이 상당히 낮다면 모르지만 아마도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학력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수준별 학습지도가 학력저하를 촉진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또한 만약 교사 한두 사람이 더 배치된다 하더라도 다섯 학급을 6~7 집단으로 나누어 지도하는 것은 조직적으로 복잡할 뿐 아니라 시험에 의한 평가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진도를 맞추어야 된다. 학습의 이해도에 따르면서 진도를 맞춘다는 것은 모순이다. 아이들도 보통 학급, 산수 학급, 이과 학급에 따라 세 종류의 친구관계를 만들어야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학교수업과 학원수업을 비교하면 일목요연해지지만 학교의 커리큘럼이나 수업은 지식과 기능을 단계적으로 배우는 학원과 같은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목표를 도달목표로 명시하고 학습과정을 소단위로 조직하여 학습결과를 도달정도로 평가한다는 면에서 수준별 학습지도는 효과를 발휘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자동차학원처럼 기능을 단계적으로 습득하는 학급에서는 이 지도법이 유효하다. 그러나 이 같은 학습에 대한 생각은 산업주의 시대의 효율성을 원리로 하는 학습이며 1970년대까지는 영향력이 지대했던 행동주의 심리학에 의한 학습방법으로 세계적으로 이미 20년 전에 포기한 학습방법이다.
학교수업을 참관해 보면 알겠지만 오늘날 일본의 학교는 수업역량이 엄청 부족한 교사가 아니고는 학원과 같은 수업은 하지 않는다. 수업도 커리큘럼도 개개인의 도달목표가 아니라 교육내용의 주제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지닌 아이들이 같이 참여하여 서로 배우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준별 학습지도가 상정하고 있는 학습은 오늘날의 학교학습과 거리가 멀다.
네 번째로 이 지도법이 학교에 도입되지 않은 최대 이유는 이 지도방법이 그리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수준별 학습지도와 능력별 지도를 통한 학습의 개별화는 1960~1970년대에 세계 각국의 수업개혁의 중심과제로 교육학과 교육심리학연구의 중심테마의 하나였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고 수도 없이 많은 연구논문이 집필되어 교재, 지도, 평가방법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수준별 학습지도나 능력별 지도를 교육개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수준별 학습지도나 능력별 지도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교육학자도 교육심리학자도 없다. 현재의 교육개혁과 교육연구의 추세는 수준별 학습지도, 능력별 학습의 개성화가 아니라 그 폐지이며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가진 학생들에 의한 학습의 협동화이다. 여기에서도 문부과학성의 정책이 시대착오적이며 세계의 추세에 역행하는 독선적 방침임을 알 수 있다.
긂 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그렇게 활발하게 연구 실시되었던 수준별 학습지도와 능력별 지도가 쇠퇴하여 폐지되게 되었을까? 수준별 학습지도의 쇠퇴요인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복잡하지만 직접적으로는 그 효과가 실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습의 개별화는 크게 다음 두 가지 흐름으로 대별할 수 있다. 하나는 블룸의 완전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크론바흐의 적성처치 상호작업이론이다.
블룸방식은 교육내용을 인지, 정의, 운동-생리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고 1~12학년의 교육내용을 자세하게 나누어 도달목표로 분류하고, 그 도달목표를 학습진도에 따라 세분하여 그 교육과정을 학습과정에서 형성평가함으로써 모든 학생들이 교육내용을 완전히 학습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지도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한편 크론바흐의 방식은 학습자의 적성과 수업의 처치 매트릭스를 만들어 두 요소의 상호작용을 최적화함으로써 학습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는 것이다. 즉, 교재나 학습방법, 교사의 지도 등의 수업처치와 학습자의 적성 사이에 최적화된 조합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두 방식 중에서 지금 문부과학성이 추진하려고 하는 것은 전자의 블룸방식이다. 블룸은 적어도 90% 이상의 아이들이 학교의 교육 내용을 완전히 습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완전학습 실현을 위해 쏟아 부었다. 그러나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시카고시의 게토 학교를 방문하면 블룸의 실험과 조사에 사용했던 개인별 수준별 학습지도별 교재와 테스트, 책상, 의자가 창고에 쌓여 있다. 블룸이 사용한 개인별 책상과 의자 대신에 지금 이 지역학교의 교실에는 풍부한 교재와 자료, 협동학습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흑인 아이들을 저학력으로부터 구하는 것은 블룸이 연구한 수준별 학습지도 프로그램이나 지도법이 아니라 아이들이 배우는 교실이며 교사이며 친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