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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터뷰] 윗사람 눈치보기이야기 2009. 5. 27. 05:20
■ 지은이와 함께 / 김두식 교수
“신영철 사건 본질은 윗사람 눈치보기”
» 김두식 교수 그는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 재판 개입 사건의 본질이 “법원을 지배하고 있는 원만함 이데올로기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실력과 원만함을 갖춘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에도 가고 고등법원 부장으로 승진합니다. 그런데 그 원만함이 주로 윗사람들을 향한 원만함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판사들의 스승이자, 아버지이자, 합의부 재판장이기도 한 고위 법관들의 뜻을 젊은 판사들이 거스르려면 사표를 내거나 승진 못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신 대법관이 이메일을 통해 이런저런 지시를 내린 것도 젊은 법관들을 동등한 판사라기보다는 도제식 교육 시스템의 학생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법원장들도 크게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신 대법관의 경우 사퇴를 안 하고 버티는 이유도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억울함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는 판검사들이 주로 전관 변호사로부터 받았던 ‘실비’ 관행이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판검사들이 윗분들이나 전관 변호사들 사이에 형성되는 평판을 걱정하면서 늘 그런 ‘신성가족의 아버지’들 눈치를 보는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벌이나 국가권력처럼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은 안전한 청탁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곧,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에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너무 거액이 아닌 돈이나 향응이 제공된다면 판검사들이 받는 경우가 있다고 정리할 수 있는데, 김용철 변호사가 뿌렸던 자금이 딱 이런 범주입니다. 돈을 줄 당시에는 청탁할 건이 없지만, 일종의 보험료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값을 할 날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는 법원·검찰이 일반 국민에 견줘 이념적 보수성을 보이는 까닭을 묻는 질문에는 “시류에 휩쓸리면 안 되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면은 있지만, 철저하게 기득권만 옹호하면서 그게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자만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금 구조에서 판검사들은 권력이나 권위에 잘 따르고 원만하게 대응하는 것이 출세에도 도움이 되고 좋은 평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권력 해바라기’ 현상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법원 파동과 관련해 “대법관 한 명의 거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소통 가능한 법원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경 기자, 사진 창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