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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으로 사오년 그리고 그 이후
    생각 2009. 2. 20. 00:10

    인근의 면중심지 학교로 전출가게 됐다. 한 학년에 3반 정도 되는 꽤 큰 학교다. 3학년 정도를 맡아 6학년까지 쭉 데리고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지난 10년 6학급 이하의 작은 학교에서 지내다 바야흐로 전형적인 초등학교에 근무하게 되는 셈이다. 내 나이 마흔 둘, 앞으로 사오년 후면 마흔 예닐곱, 그리고 그 이후 나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 갈림길이 될 시기가 바로 여기....하기는  일제고사 치고 말고는 부모님과 자신의 선택이라는 말을 했다가도 짤리는 세상이니 그때까지 목숨보전하고 있을런지도 알 수 없다만......겁나는 세월이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작은 학교로 옮기면서 여남은 학부모와 함께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겹고 아름다운 우정이 살아있는 작은 학교를 일으켜 세우고 싶다. 앞으로 사오년, 이 지역의 50명 안팎의 학교는 다시 한번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 같다. 아이들이 없어서다. 지난 97년 국가부도사태 때 처럼 시골로 귀향하는 흐름이 온다면 모를까...

    승진을 목표로 하는 옆의 선생님한테 물었더니, 둘 다 쉽지 않단다. 승진을 위해 생활하는 것도, 나이 들어서 학생들 가르치는 것도.... 나이 쉰에 아이들 가르치는 게 그렇게 힘들까. 아직 난 잘 모르겠다.

    작은 학교와 비교해서, 중간급 학교의 여러가지 차이점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싶다. 교과학습, 생활지도, 특별홛동, 시설, 예산지원, 학부모관계, 업무, 분위기...

    며칠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어제는 각 지역마다 교장, 교감 인사나 전보에 평가결과를 반영하겠다는 흉흉한 발표가 있었다. 예견되는 일이었지만, 정말 이것들이 제정신인가 싶다. 평가해서 성공요인은 분석해서 파급시키고 실패요인은 해결하기 위해 인적 물적 지원을 하겠노라던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성적이 떨어지는 지역의 교장,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니, 정말 지역의 교육을 말아먹어야 속이 시원하실까.
     학생의 학업성적과 그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상관도가 높다는 연구는 이젠 상식에 속하는 일 아닌가. 게다가 서울 강남구는 강북의 어느 구에 비해 지역에서 지원되는 교육비가 16배라는 신문보도도 안보는 건가. 강남 대 강북이 그러면 강남 대 지방의 군지역을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저런 거 다 무시하고 교사만 들볶겠다면 교사는 다들 바본가. 그렇잖아도 때가 되면 시지역으로 옮길 사람들인데 어떤 멍청이가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군지역에 붙어있을까. 그렇게 되면 군지역의 외곽엔 천날만날 신규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누가 오려 하겠는가,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 해 보라. 그렇잖아도 6학급에 신규가 셋이 배치되는 현실인데, 그나마 그 다음 해가 되면 새로운 신규를 배정받아야 되는 변두리학교는 학교로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하기는 학급수가 많은 걸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구미 모초등학교가 65학급인가 라고...그걸 학교라고 불러도 좋은가.) 그런 사람들 눈에 6학급 학교가 학교로 보이기나 하겠는가.

    앞으로 사오년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인데, 다들 살아남는 게 우선은 목표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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