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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준의 shall we?
    생각/책읽기 2016. 1. 2. 08:24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13쪽)

    겉으로 보기에 가치 중립적인 결정, 예를 들어 시장의 경계를 규정하는 결정 등에도 정치적, 윤리적 판단은 항상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시장에 어떤 것을 포함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강도 높은 정치적인 행위이다. 무엇인가(가령 물)를 시장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면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1원 1표'원칙을 적용할 수 있게 되고, 부자들이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가 쉬워진다. 반대로 무엇인가(가령 아동 노동)를 시장의 영역에서 제외시키면 그 문제를 둘러싼 결정에 돈이 힘을 발휘하기가 불가능해진다.(14쪽)

    1원 1표의 시장 논리를 1인 1표의 정치 논리로 제약해서, 가령 '수도뭇ㄹ이나 우편 서비스 등 누구나 받아야 하는 공공 서비스는 시장에 맡겨두지 말고 정치 논리로 결정하자', '어느 선까지 시장이 작용하고 어느 선부터는 정치가 개입해야 하는가를 정치논리로 결정하자'라는 거거든요.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그래서 도입한 거잖아요.(26쪽)

    민영화한다고 효율성이 실제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미국 의료를 예로 들어 볼까요. 완전 민영화돼 있잖아요. 미국 GDP의 17퍼센트가 의료비예요. 선진국 중 국민소득 대비 의료비 지출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도 건강 지표는 선진국 중 하위권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의료비를 50퍼센트, 100퍼센트 더 쓰는데도요. 영국이나 스웨덴의 경우, 의료비 지출이 국민소득듸 10퍼센트, 11퍼센트밖에 안 되거든요. 그런데 건강지표는 미국보다 좋단 말이죠.(28쪽)

    여성의 가사 노동은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기 어려워서 그런 거 아니에요. GDP 추산할 때 별걸 다 추산하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기 소유의 주택에 살 경우 그 사람이 남의 집에 임대로 살 때 내야 하는 비용까지 추산해서 GDP에 반영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자기 집에 사는 사람은 공짜로 사는 것처럼 돼 버리니까요. 그런데 가사 노동은 반영 안 해요. 굉장히 정치적인 결정이죠. GDP 뿐만 아니라 모든 숫자에 이론과 가정이 깔려 있고 그 이론적 가정에 정치적 입장이 있는 겁니다. 정치적 입장이 있다는 건 누군가의 이익을 반영하는 것이고요. (29쪽)

    저는 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파가 배울 점이 있고 잘못된 점이 있으니까요. 특히 신고전주의 학파와 마르크스 학파가 제일 심해요. 그 둘은 정말로 자기들만 맞고 다른 학파는 틀렸다고 생각하거든요. .... 예를 들어 싱가포르 하면 '자유 무역 하고 외국인 투자 환영해서 성공했다더라.'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돼야 한다.'하고 시장주의자들이 많이 얘기하는데요, 싱가포르 토지의 90퍼센트 이상이 국가 소유입니다. 주택의 85퍼센트를 국영 주택 공사에서 공급하고, 국민총생산의 22퍼센트를 국영 기업에서 생산해요. 우리나라가 옛날에 민영화하기 전에도 기껏해야 10퍼센트였거든요. ....싱가포르는 한편으로 보면 제일 자본주의적인 나라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제일 사회주의적이란 말이죠. 그럼 어느 이론이 싱가포르를 다 통합해서 설명할 수 있겠어요. 하나의 이론을 가지고 그 이론이 등한시하는 이슈를 이해하려면 틀 자체가 빈약해서 이해가 불가능한 거예요. 다른 학파도 마찬가지죠. 여러 이론을 알고 융합해야 복잡한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요. ...소위 방법론적인 다원주의를 이야기하는 사람 중에도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해도 내가 맞는데, 그래도 평화 공존 해야 하니 너는 네 거 하고 나는 내 거 하자' 이런 사람도 있어요. 저는 그것도 틀렸다고 생각해요. 진짜로 마음을 여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모든 학파가 할 말이 있고 이슈에 따라 할 말이 많은 학파가 있고 적은 학파가 있고 특정 나라에 더 잘 맞는 이론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론이 있고, 우리가 도덕적, 정치적 가치관에 따라 이 이론이 맞을 수도 있고 저 이론이 맞을 수도 있다...이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주장 중 하나예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굉장히 인기가 업눈 주자이겠죠.(31쪽)

    '우리만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재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주의학파 경제학이 갖고 있는 태도의 큰 문제 중 하나입니다. 어느 정도까지인가 하면요, 신고전주의학파는, 뭘랄까 사악한 가정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인간은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고도 하고요. 사람들이 남을 생각하고 봉사하는 것도 다 자신을 위한 것이며 그래서 위선이라고 하죠. 즉 자기들은 위선이 아니라 진실을 그대로 까발려 준다는 태도예요. 물론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런 면만으로 세상이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젊은 학생들은 그런 어두운 면에 노출되면 현혹된단 말이죠. 그런 식으로 한번 추종하기 시작하면 '인간은 다 그렇고, 세상은 다 정글이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이 논리만 맞는 것이라고 빠져드는 거죠.(33쪽)

    지난 15년 동안 개방하고 민영화하고 규제 완화하고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굉장히 안 좋잖아요. 한 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복지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역할은 어떤 식으로 재정립할 것인가 등 고려할 것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학파들을 섞어 보는 게 좋겠죠. 새로운 제도를 모색하려면 저는 MDKI 칵테일을 추천합니다. 마르크스학파, 개발주의 전통, 케인스학파, 제도학파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유용한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우리는 시장이 무슨 자연 현상이나 되는 것처럼 믿도록 세뇌돼 왔습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시장은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동 노동을 금지한다든지 개인적으로 돈을 찍어 내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규제들은 우리가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박정희 정부 때 의무교육이 어떻게 임금을 30퍼센트나 오르게 했는지를 예로 든다. 의무교육이 12세로 연장돼 노동 시장에서 수백만명의 아동 노동력이 없어짐으로써 생긴 일이라고 설명한다. 정책이 시장 현실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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