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잇다른 무죄판결을 놓고 권력과 언론이 맘에 안든다고, 방송을 길들인 것처럼 법원도 길들여야 한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무죄판결난 것이 뭐가 잘못됐나 논란이 있을 만한 부분을 신문에서 훑어보면서 생각한 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는 사건에 대한 판결은 공개방송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인디언 막대기인가 하는 게 생각나는데, 뭔가 다툼이 있거나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있으면 인디언들은 쭉 둘러앉아서 의논을 하는데, 막대기를 든 사람만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막대기를 든 사람이 말을 마치면 다음 말을 할 사람이 막대기를 건네 받는데, 자기 의견을 말하기 전에 앞서 당신이 한 말은 이러이러합니다 하고 자기가 이해한 바를 확인한다. 그래서 그 전 사람이 제대로 자기 말을 다 이해했다고 동의를 해줘야 다음 사람이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는 회의규칙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검사가 하는 말 다 듣고, 변호사가 하는 말도 다 듣고 판사가 하는 말도 다 듣고 나서 이야기 하면 뭐 시끄러울 게 있을까.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사자들 이야기 다 듣고 판사 이야기까지 듣고나면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수긍이 될 것 같은데, 괜히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남의 말 대충 전해 듣고 다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공개방송하면 어려운 법률용어 같은 것도 좀 쉽게 쓰고 그러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이야기 다 듣고 나서도 시끄러울 문제라면 이건 사회적으로 충분히 다루어야 할 기초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봐야 한다.
똑똑하고 힘도 있고 자존심도 강하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집단으로 모이면 저렇게 창피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도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길들인다고 길들여질까....
조일전쟁(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기가 막혀 했던 게, 성을 점령하고 나면 그네들의 세계에서는 그걸로 항복, 게임끝이었는데, 조선땅에서는 성을 점령하고 뒤돌아서면 또 일어나고, 길 가다가도 싸워야 하고, 분명히 싸움에서는 이기는데, 내 땅인 곳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로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면 일개 야인의 마음, 필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