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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 새살 돋은 무주 ‘공공건축’생각/지역이야기 2009. 2. 4. 19:18
» 건축가 정기용씨가 설계한 전북 무주군 부남면 천문대. 무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건축가 정기용씨·군수 의기투합 10년동안 30여개 건물 리모델링 권위 걷어내고 주민들 요구 담아
자부심 상처난 농촌마을에 ‘생기’■ 시대를 반영하는 건축 7~8년 전 정씨가 부남면을 찾아갔을 때 마을 위로 별이 쏟아졌다. 그는 뻐드렁니처럼 어긋나고 서로 떨어져 있던 면사무소 건물과 보건소 중간에 별을 볼 수 있도록 작은 천문대를 만들었다. 그는 “농촌은 항상 개량의 대상으로 무시당하고 고유의 미적 감각과 정체성을 박탈당해 왔다”며 “그들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북돋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천문대는 농촌마을 부남면이 ‘하늘의 질서에 맞닿은 청정한 마을’이라는 정체성을 키우기 위한 씨앗이었다. 지난 7년 동안 그 씨앗은 잘 자라 천문대 관광객 수도 연간 2천여명에서 요즘은 4천명으로 뛰었다. 6년째 이곳 별지기인 유수상(36)씨는 “원래 소외된 지역이었는데 별 보는 마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사람들이 찾아오니 주변 상가들이 물건 하나라도 더 팔아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대를 생각한 건물’로 무주 추모의 집을 꼽는다. 납골당에 무슨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걸까? 그는 “제주 4·3 등으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아무도 그 죽음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았고 그 죽음들은 잊혀가고 있다”며 “죽음을 잊은 사람들은 오로지 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을 기억할 줄 아는 삶’을 바라며 무주에 세상에서 가장 밝은 납골당을 짓기로 했다. 건물 가운데 소나무를 심고 천장을 뺑 둘러 햇볕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을 냈다. 건물의 외관은 땅의 경사를 살리고 주변 인삼밭을 닮게 만들었다. 청소년 문화의 집, 복지시설, 노인요양원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도시인들을 돌아오게 하는 매력적인 장소로서 무주의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무주읍의 공설운동장. 정씨가 고집스럽게 무주군 건축물에 새겨넣은 개념은 이곳 주인이 사람과 식물이라는 것이다. 공설운동장은 행사 때마다 텅 비기 일쑤였는데 김 전 군수가 그 이유를 주민에게 물으니 “군수만 본부석에서 햇볕 피하고 우리는 땡볕에 서 있으라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관중석에 등나무를 심었고 정씨는 이 나무들이 잘 자라도록 줄기 크기에 맞추되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지지대를 만들었다. 봄이면 등꽃이 흐드러지는데 주민들은 그 꽃 덩굴 아래서 영화도 본다. 정씨는 “농촌의 건축은 원래 자연의 한 부분으로 되바라지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며 “옛것과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정신은 이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건물마다 담쟁이를 심어 타고 올라가도록 한 까닭이다.
무주/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기적의 도서관’ 설계한 ‘건축계 공익요원’
» 정기용(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