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수석교사제에 대한 생각

비숲 2007. 12. 5. 15:26
수석교사제가 내년 3월 시행된다고 한다. 승진 경쟁 과열과 승진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니.....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승진 경쟁 과열과 승진적체 문제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교장은, 한때 학교의 제왕이라 불리던 존재다. 인사에, 예산에, 복무관리에, 장학에 관한 권한이 모두 교장 일인에게 집중되어 있고, 교장의 말 한 마디면 학교 안에서 안 되는 게 없었다. (한 원로교사의 지적에 따르면 학교에 전교조를 건설한 이가 바로 교장이란다. 교장이 학교를 이토록 엉망으로 운영하지 않았으면 전교조도 없었을 거란 말이다. 거참, 말 된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교장의 권한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다. 교장이 되면 돈과 권력을 한 손에 쥐게 되는데, 오늘도 고지가 바로 저기라고 지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교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수석교사를 받아 들일까? 게다가 부장교사와 같은 교내 보직을 못 맡게 하면 승진 포기하란 얘긴데, 월 15만원의 연구수당에 넘어갈 이가 몇명이나 될까?
 
게다가 교육과정 연구와 수업-평가방법 개선 등의 일을 맡게 한다는데, 일단 승진경쟁에 뛰어들면 점수관리를 한 10년은 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교육과정 연구나 교수학습평가에 다른 교사들보다 우위에 있을 것 같은가?

도대체가 평교사로 정년을 마치는 게 무슨 창피한 일이라고 승진에 매달리고 수석교사제를 만들고 난리란 말인가.

교직사회의 승진과열과 적체의 문제는 사실 그리 커다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승진경쟁에 들어가 있는 소수 10% 내외의 문제이다. 이건 마치 우리나라 대학입시체
제의 문제와 비슷하다. 소수 10%를 위해 나머지 90%가 들러리 서는 기형적 시스템.

이 기형적 입시체제의 꼭대기에 대학서열체제가 있고 대학서열체제의 꼭대기에 우리사회의 계층간 소득격차가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현 교원승진체제의 문제의 꼭대기에는 권력집중화된 교장체제와 그들로부터 소외된 평교사들의 서러움이 존재한다. (10%가 나머지 90%를 소외시키는 현실이 가능하다. 그것은 이것이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석교사제같은 게 의미를 지니려면 이게 진짜 평교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교육과정연구나 교수학습평가 같은 하나마나한 것보다 차라리 교육과정편성권의 일부라도 이들에게 부여해 주는 것이 낫다.또는 교과서 집필과 같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이를 위해서 몇년 정도 유급으로 휴직할 수 있게 해 주면, 정말로 평교사로서 교단에서 일생을 걸었던 선생님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정리하는 괜찮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