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작품전시회
디자인, 인간이 손댄 모든 것.
디자인에 문외한인 나도 아는 것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디자인이 기능성과 심미성(또는 예술성)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가진다는 점이다. 기능성과 예술성. 극단적으로는 기능성이 바로 디자인이다라는 선언에서부터 심미성이야말로 디자인의 본질적 가치가 아닌가라는 물음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이 두 가치 사이에 걸쳐져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뭔가를 디자인하는 경우 기능성쪽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어쨌거나 이 디자인이라는 게 생활에서 멀어지면 삐까번쩍해지는 경향이 있다. 럭셔리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실재의 기능성보다는 차별성이라는 상징적 기능이 고유의 기능을 자빠뜨린 것.
학교에 있으면 여러가지 행사를 치르게 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무슨무슨 작품전시회라는 거다. 학교마다 배당한 작품을 체육관 같은 데다 끌어 모아놓고 학생들을 관람하게 날짜별로 배정을 해준다. 물론 여기에는 수업활동의 결과물도 나와 있고 평소 공들여 연습한 작품들도 끼어있겠는데, 우리학교의 형편을 가지고 미루어 짐작하건데, 하고싶지 않지만 하라니까, 학생도 몇점, 학부모도, 선생도 몇점 제출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거 하느라 학교마다 돈 좀 썼을 것이다. 물론 이런 전시회의 발단에는 교육청이 자리잡고 있는데, 교육청은 자신의 업적과 성과를 과시하는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다가 그런 전문적인 노하우가 전수되는 곳이라 이렇게 돈 몇 푼 들이지 않고 생색내는 전시회를 아니 개최할 까닭이 없다.
요즘 우리학교는 학교 안 이곳 저곳을 손보고 있다. 축구골대도 부러진 데를 용접하고 놀이기구도 녹을 벗겨내고 다시 페인트칠을 하고.......가을햇살이 따뜻이 내리쬐는 학교 운동장을 걷는데, 운동장 주변으로 노란 은행잎과 붉은 벚나무 잎, 감나무 잎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운동장을 천천히 배회하며 디자인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