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좋은 이야기

실패를 더 많이 생산하고 축적하라(한겨레 2월 5일 25명 싱크탱크 광장)

비숲 2016. 2. 6. 09:36

"샤오미뿐만이 아니다. 샤오미 뒤에 엄청난 숫자와 양으로 존재하는, 막대하게 축적된 실패들이 우리에겐 무서운 것이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 삼성 갤럭시 뒤에 실패를 과연 누가 하고 있는가?" 요즘 장안의 화재를 모으고 있는 책 <축적의 시간> 공동 저자인 이정동 서울대 교수(산업공학)가 지난 1월 27일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던진 질문이다. 샤오미 뒤편에는 '치후 360'등 100개 넘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혁신적 실패작'들이 있다. "시장에서 실패라는 건 외부 경제효과를 가진 바람직한 양(+)의 공공재이다. 개인들에게 성패의 책임을 맡기면 누구나 실패를 줄이려고 한다. 즉,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균형 수준보다 실패가 과소공급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실패 위험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해야 실패가 더 많이 공급되고, 그런 실패 사례들을 공동으로 축적해야 원천기술 등에서 혁신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있어서는 안 될 실패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나설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필요한 실패'도 있다. 실패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실패를 공유함으로써 집단의 지혜를 쌓아야 한다." 고 주장한다.(실패학의 창시자,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공학부 명예교수)

..한국의 기업들은 모험사업,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해당 임원과 부서를 곧바로 문책하기 일쑤다. 이에 따르는 '실패 두려움'이 지난 수십년간의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적인 혁신 역량을 취약하게 만들어왔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박희재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는 <축적의 시간>에서 "대학교수 중에 전공과 관련된 산업경력이나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단단히 적거나 거의 없다"며 "국가 연구개발 예산에서 시장이나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연구를 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한지 6개월~1년 지나면서부터는 산업 현장에 필요한 것 보다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연구가 되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영국과 일본의 실패관련 지식의 구축과 공유 사례)

이정동 교수는 "실패에 따른 시장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관련 정보와 지식에 기반해 머리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밀한 분석과 정보에 기반해 기업의 연구개발 혁신을 유도하는 구실은 주로 은행이 맡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혁신을 위한 진정한 투자역량은 배양하지 못한 채 안전한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이에 따라 은행은 흔히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실패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업는데 은행들은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부터 서툴다.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에서 투자은행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부르짖은 지 20년이 됐음에도 여전히 구호에 그치고 있는 데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