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숲 2015. 11. 18. 21:05

소음을 신호로 변환하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은 일단 보류하고 아직은 이해가 안 되만 주의 깊게 듣고 있으면 언젠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메시지를 맞이해야 합니다. 이러한 개방적인 태도로 귀 기울이지 않으면 소음은 결코 신호로 바뀌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소음은 소음이고 신호는 신호라는 식으로 구분하는 사람에게는 소음이 신호로 변하는 순간이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처음에 다가온 기호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다음 기호의 의미를 이해하는' 식으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문장의 마지막 말을 듣고 비로소 맨 앞의 말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게 되지요. 전부 그렇습니다. 문장의 마지막 말도 맨 처음 말이 무엇인지 모르면 그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문장의 마지막까지 듣고 나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맨 앞의 말의 의미를 확정하고 다시 문장 끝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시간 속에서 '왔다 갔다'합니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까지 가지 않으면 과거를 확정할 수 없고 과거가 확정되지 않으면 미래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 하류지향, 우치다 다츠루,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