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이야기2
한 번 죽을 뻔했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원효는 구도의 열정이 너무 강해서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육로로 안되면 해로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해서 이번에는 해로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신라는 진흥왕 때 백제와 힘을 합쳐 고구려를 물리치고 백제의 옛 땅인 한강 유역을 차지했습니다. 그리하여 신라는 지금의 경기도 지역의 뱃길을 통해 산둥반도로 가서 수나라와 왕래했고, 나중에는 당나라와도 교류했습니다. 백제와 고구려가 신라를 침공했을 때도 이 길을 통해서 당나라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원효도 이번에는 해로를 통해서 당나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입니다.
배가 뜰 때까지 부둣가에서 며칠을 기다리는데 밤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둘러보니 자그마한 동굴이 하나 있어서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동굴 안에서 쉬고 있을 때, 깜깜하니 보이지도 않는 가운데 목이 너무 말라서 주변을 더듬었습니다. 마침 거기에 무슨 바가지 같은 게 하나 있어서 그 바가지로 흐르는 빗물을 받아 마셨습니다. 목이 마르던 차에 물을 아주 달디 달게 잘 마셨지요. 그리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그 바가지를 봣더니 바가지가 아니라 해골이었어요. 그걸 보는 순간 구역질을 하고 토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토하는 순간에 크게 깨쳤던 거예요.
'어제 저녁에는 그렇게 달콤하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역겨운가? 바기지가 다른 바가지인가? 아니다. 같은 바가지다. 물이 다른 물인가? 아니다. 같은 물이다. 같은 물, 같은 바가지인데 어찌하여 어제는 그렇게 달콤하고 오늘은 이렇게 구역질이 나오는가? 달콤한 것은 물이 개끗하다 생각했기 때문이고 구역질을 하는 것은 물이 더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같은 물이고 같은 바가지이다. 그러니 더럽고 깨끗함은 모두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구나. 더럽고 깨끗함이 바가지에 있는 것이 아니고 물에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다 내 마음에 있구나.'
그는 깨달은 기쁨에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마음이 일어나니 온갖 법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니 온갖 법이 사라지네
삼계가 오직 마음일 분이요. 만가지 현상이 오직 식일 뿐이네
마음 밖에 법이 따로 없거늘, 어찌 별도이 구하겠는가!
심생즉종종법생 심멸즉종종법멸 삼계유심만법유식 심외무법호용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