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조응주 역, 민들레, 2009)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가만히 앉아 있거나 충동을 참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 또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어떤 의학적 질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은 근대적 사고가 만든 허상입니다. 아이들이 무언가 결핍되었을 때 그 원인이 단 한가지 라고 보는 기계적 사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장애입니다.
adhd의 기원/
최초로 발병한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였습니다. 당시 백인 중산층 학생들 중 글을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주로 소수인종이나 저소득층 아이들한테서 이런 문제가 나타났었는데 당시 교육자들은 원인을 사회적 박탈에서 찾았었습니다. 그런데 백인 중산층 아이드라지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되자 걱정이 된 부모들은 다른 설명을 찾아내라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교육 및 의료당국은 머리를 맞대더니 잘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습장애가 있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학습장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환경적 요인보다는 유전적 요인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다 1970년대에 이르면서 어떤 학생들은 뇌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도파민은 뇌가 무언가에 집중하게 해주는 기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자들이 문제의 학생들에게 약물을 투여해서 도파민 수치를 올렸더니 일부 학생들은 더 쉽게 진정을 하고 학업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문제의 원인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의학계는 문제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바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는 병명입니다. 그때부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죄다 이 병에 걸렸다는 단세포적 사고가 모든 영어권 나라로 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에까지 번지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발달 및 행동 상의 문제를 신경화학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뇌의 신경화학적 구조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은 매우 독하기 때문에 심각한 부자용을 일으키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초래합니다.(두통, 식욕부진, 신경과민, 심장마비, 뇌 축소...) 신경화학적 접근이 위험한 두 번째 이유는, 약물요법으로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아이의 삶에서찾아야 할 문제의 또 다른 원인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나는 35년 동안 알바니 프리스쿨이라는 학교와 함께 해왔는데, 우리 학교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주변의기대에 못 미치는 아이들에게 꼬리표를 달고 약물을 처방하는 방식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쉼없이 날개짓을 하는 벌새를 닮은 아이들,진득하니 앉아서 읽기와 쓰기, 수학과 같은 정신노동에 집중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주의를 쉽게 다른 데로 돌리는 아이들'이라고 부르지 절대 adhd가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 하시도 가만 있지 않는 아이는 매우 활동적인 것이지, 과잉행동은 아닙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약점을 파고들기보다는 장점을 키우려고 합니다. 우리가 깨달은 바에 의하면, 아이들은 자기가 집중하고 싶은 대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을 때 그 대상이 그림 그리기든, 시 쓰기든, 무술 동작이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합니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내주었을 때, 아이들은 좋은 책을 집어삼킬 듯이 읽어버리고는 또 책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