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교사라는 말에 대하여
화약 연기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 되겠다던 홍세화선생님은 안녕하실까?
오늘 한겨레를 읽다가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이었던 분이 진보진영의 교육정책이 좀 부족하다는 지적을 칼럼에 쓴 걸 봤다. 그래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가 비판한 내용 가운데는 국공립대통합안도 들어 있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요점은 두가지다. 하나는 연고대가 서울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그래서 학벌체제 또는 대학서열화를 깨는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둘째는 서울에 국공립대가 몇 개 없고 대부분이 사립대인데, 대부분의 사립대는 여기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
첫번째 비판에는 국공립대통합안을 하게 되면 예전의 서울대의 수준보다는 좀 내려가게 될 거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같다. 둘째 비판은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단기적으로는...
홍세화선생의 한국교육비판 가운데 아직도 생생한 것은, 한국사회는 의사나 변호사, 학자가 되기 까지 드는 돈을 거의가 다 제 돈을 들이므로, 되고나서 국가나 이웃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게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이범씨의 비판이 현실적으로 예상되는 그림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국공립대통합안은 그 효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먼저 국가의 책무라는 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은 규모라도 국가가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고 개인의 발전과 더불어 공동체에 대한 봉사를 요청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홍세화선생에게 척탄병이란 이름이 있다면 내게는 평교사란 이름이 있다. 물론 그의 척탄병은 자유선택이고 나의 평교사는 필수선택이란 차이가 있다. 그의 척탄병이란 말에는 뭔가 아름답고 가슴을 울리는 진실의 냄새가 배어있다. 그냥 이름 하나가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하겠지만,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그저 척탄병 하나가 되기 위해 홍세화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평교사란 이름에는 사연많은 전교조 선배교사들의 한숨과 눈물과 명예가 배어있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얼마전에 장학사 시험문제 유출이란 사건이 있었고, 언론에서 다시 교장제도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일어난 모양이다. 이상한 게 교장자격증이란 거다. 대학총장도 병원장도 자격증 같은 것은 없지 않나. 이거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교장자격의 기원에 대해서...
평교사로 끝날 거라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고, 나는 그 이름을 명예롭게 간직하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