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학교 폭력에 대하는 두 가지 자세

비숲 2012. 5. 24. 12:15

최근 일선 학교에 무더기로 쏟아지는 일거리는 단연 학교 폭력과 자살예방 관련건이다. 일진 인지라고 학교내 폭력서클 유무를 확인하는 설문조사, 이른바 유도회의 인성교육, 1차, 2차, 3차에 걸친 행동정서설문조사, 각종 학교폭력대책관련 전달연수.....아마 우리가 뭔가를 안해서 학교폭력이 벌어진 것이라면 이제 학교폭력 걱정은 안해도 될 거다.

학교폭력문제가 한창 불거질 때 테레비에서 대책을 논하는 토론회를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토론패널로 나온 이들은 둘로 갈라졌는데, 하나는 뭔가 대책을 잔뜩 내놓은 측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지적하는 측이다. 나는 단기적으로 각종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이 깊다는 것은 그 동안 쌓여온 여러가지 문제가 깊다는 거다. 근본적으로는 그런 문제들을 없애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그저 변죽을 울릴 뿐이다.

학교폭력이나 자살문제는 우리가 뭘 더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고, 그동안 잘 못 해온 것들을 이제는 하지 말아야  풀리는 문제다.

최근 3~4년 학생들과 지내면서 느끼는 건데,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하다. 공부 스트레스 이야기를 꺼내면 여기 저기서 아우성이다. 쉬고 싶다.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다. 공부가 싫다. 엄마 아빠가 무섭다...... 이 아이들 가운데 몇 몇은 어른들의 사나운 눈빛을 가지고 있다. 나도 좀 선뜻할 정도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막 시킨다고 다 하는 게 아닌데, 뭘 그렇게 까지 공부공부 하는지 싶긴 한데, 부모들을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자기도 아는데 불안하다는 거다. 하긴 왜 불안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팍팍한 세상에서 말이다. 부모는 불안하고 아이들은 짜증낸다.

나라가 이대로 가다가는 병원만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의대와 법대, 상대가 인기를 끄는 걸 보면 나라의 장래가 어둡다. 문학과 과학과 예술이 인기를 끄는 나라가 우리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