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다른 사회는 오지 않아
1.
얼마 전 사회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국민의 의무를 설명하다가 납세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나라의 소득세가 한 10% 정도 되고 유럽은 대충 50% 쯤 낸다. 미국도 한 30% 정도 되는 걸로 알고있다......뭐 그런 이야기를 좀 하고, 그 나라의 학비와 주택, 의료제도에 대해 설명을 했더랬다. 아이들은 스웨덴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나라의 대학학비가 없거나 있더라도 몇십만원 수준이라는 말에 다들, 와, 진짜 좋겠다 하며 감탄을 연발한다.
선생님, 저는 세금 많이 내도 학비 공짜인 게 더 좋아요.....
대체로 그러하다. 시골에서 농사지어서 대학 보낼라면......기둥뿌리 뽑힌다, 는 걸 아이들도 안다.
2.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음, 여기 1번 사회와 2번 사회가 있다. 1번 사회는 전체적으로 좀 가난한 사회인데, 특별히 잘 사는 사람도 특별히 못사는 사람도 별로 없는 사회다. 물론 먹고는 산다. 2번 사회는 전체적으로 좀 잘 사는 사회인데,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이렇게 둘로 나뉘는 사회다. 니들은 잘 사는 사람들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가정하고.
자, 1번 사회와 2번 사회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면 니들은 어느 쪽을 선택할 거야????
놀랍게도, 아니 대답을 듣는 순간의 느낌은 오싹했다. 이 가운데 2번을 선택한 아이가 7명이었다. 우리반은 모두 9명이다.
솔직히 제가 들어갈 수 만 있다면 2번이예요.
왜?
가난한 게 뭐가 좋아요. 부자가 좋지.
3.
집에 와서 아내에게 그 이야길 했더니, 그럼 니들은 잘 사는 사람들 속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해보지 그랬어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입으로 그런 말을 하기는 싫었다. 어차피 커가면서 다들 알게 될 일이지 않은가.
가난이 그렇게 싫어?
그럼, 내가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말이, 니들은 저렇게 농사지으며 시골에서 고생하고 살지 말아라. 내가 뼈빠지게 고생하며 공부시키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는 말을 지겹도록 듣고 자랐는데.
4.
그 수업시간에 내가 겨우 한 말은
니들이 그런 선택을 하는 한, 핀란드나, 프랑스 같은 사회는 오지 않아.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