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눈이 뜨이는 느낌이다.
문제는 악력이었다. 박주봉의 배드민턴교본에는 선수와 동호인의 실력 차이는 스텝과 손목스냅이라고 나오는데 바로 이 손목스냅이 악력이다. 사실 좀 다르기는 한데, 대체로 팔뚝 쪽 힘이 아니라 손목 아래 쪽 힘을 이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반응속도가 좀더 빨라지고, 페인트가 좀더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배드민턴 4년차, 더 이상 잘 늘지 않는 정체가 한 동안 계속되었는데, 어제 게임 후 코치의 지적 덕분에 내내 뭔가 모자라다고 느끼던 점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손목스냅-악력이다.
2.
아침에는 그립을 새로 매다 사프트에 적힌 발란스 포인트를 줄자를 대고 확인해 봤다. 샤프트에 적힌 발란스 포인트보다 어떤건 1센티 길거나 짧아 그립을 새로 조정해 보았다. 뭔가 라켓이 밀리거나 제대로 타격감이 나오지 않는 원인이 이것 때문인가? 저녁에 시간이 되면 한번 확인해 봐야 겠다. 음, 뭔가 제대로 걸릴 것 같다.
3.
어제는 소문으로만 듣던 아모텍900테크닉을 한 번 쳐봤다. 콘트롤 감이 정말 좋고 리시브할 때 반발력도 좋고 다시 처음 자세로 돌아올 때도 흔들림이 없고 안정적이다. 클리어 때 타격감도 좋고 특히 그립이 손에 짝 감기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건 스매싱감이 조금 떨어지는 정도 인데, 한 5분 쳐본 정도니까 이 정도야 뭐 금방 적응이 될 것 같다. 갖고는 싶은데, 형편이 좀...... 라켓 하나에 이십만원 정도 하니 꽤 나간다.
언젠가 요넥스본사에 근무했다던 동호인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배드민턴 라켓 마다의 차이라는 게 워낙 미묘한 거라서, 발란스 포인트의 차이, 샤프트의 탄성, 무게 등의 작은 차이가 개인에 따라 상당히 격차가 큰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하긴 내가 쓰고 있는 주봉2005 오펜스와 디펜스는 발란스 포인트만 1센티 차이가 나고 나머지는 똑같은데, 그 1센티의 차이가 스매싱과 리턴할 때 손목에 주는 감은 상당히 다르다.
4.
배드민턴은 시작한 지 4년째인데, 다행히도 한번도 지루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무예하면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 속에 등장하는 한 노인이 연상되는데, 쇠뿔도 맨손으로 꺾는다는 최배달이 고수를 찾아다니며 대결을 벌이다, 한 태극권의 달인인가 하는 작은 체구의 노인을 만나 결투를 벌이는데, 그는 조용히 서서 한번씩 한 발로 원을 그리곤 하는 게 다인데 최배달은 전혀 공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발이 그리는 선과 그 선을 그려내는 몸의 균형, 속도....같은 게 정지된 동작만을 보여주는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기억된다.
배드민턴도 경기를 잘 들여다보면 셔틀이 다니는 길이 보인다. 내 눈에는 두 개 정도의 길이 보이고 셔틀은 대개 그 두 개의 길 가운데 하나로 날아온다. 이 쪽에서 날려보낼 때도 역시 두 개 정도의 길이 보이고, 그 두 개의 길 가운데 하나로 셔틀을 날려보낼 때, 라켓의 궤적이 이루는 선. 이 선도 그 노인의 발이 그리는 선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래서 그런 건지 동호인들 사이에는 라켓을 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